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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두엽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측두골(관자놀이뼈)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측두에 해당하는 용어 ‘Temporal’은 라틴어 ‘Tempus’에서 온 말로 ‘Time(시간)’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자놀이 부근의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회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붙여진 용어다. 측두엽을 대표하는 기능은 청각 정보 처리다.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측두엽에 있고, 이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귓속의 청각기관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청각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경적소리를 들으면 뭔가 소리가 났다는 사실은 아는데, 그것이 경적소리라는 것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멜로디 같은 특정 요소를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도 있다. 측두엽은 시각정보 처리에도 관여한다. 측두엽의 아랫부분이 손상되면 의자 같은 일반적인 물체들을 인식하는 데 결함이 생기고, 특정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후두엽시각 피질에서 나가는 시각정보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두정엽으로 가고, 다른 하나는 측두엽 쪽으로 나간다. 두정엽의 시각정보 처리 시스템은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where’ system)을 하고, 측두엽의 시각정보 처리 시스템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기능(‘what’ system)을 한다. 따라서 측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사물이나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기억 작용에도 측두엽이 일정 부분 관여한다. 기억기능을 담당하는 해마가 측두엽 바로 안쪽에 자리해 있어 기억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장기 기억은 측두엽 신피질(Temporal neocortex)에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뇌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통해 뇌의 운동 피질감각 피질에서의 신체지도를 완성한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는 측두엽이 전기자극에 대해 뇌의 다른 부위보다 복합적인 감각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펜필드의 환자들은 측두엽에 전기자극을 받는 동안 특정한 과거의 경험이 되살아나거나 환각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는 측두엽에서 일어나는 간질 발작이 복합적인 감각, 행동,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보고와 일치한다.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쇼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두 공통적으로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 것이라는 연구보고가 있다. 쇼팽의 예를 들면, 그는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갑자기 유령 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튀어나와 자기를 방에서 내쫓았다는 얘기를 편지 기록으로 남겼다. 측두엽 간질 환자들은 특히 종교적 언어와 상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 같은 보고는 측두엽이 영적 체험에 긴밀하게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귀 안쪽에 있는 측두엽에는 청각피질이 자리하고 있다. 소리는 공기압에 의해 생기는 파장이며, 이 음파의 물리적인 힘은 귀의 고막과 뼈에 진동을 일으킨다. 이 진동은 귀의 와우관 내부의 액체에 압력파를 생성하고, 압력파는 와우관의 유모세포에 의해 신경신호로 바뀐다.

시각, 후각, 촉각 정보는 몸에서 감각이 들어온 쪽과 반대편 뇌반구로 들어가는데, 청각정보는 한쪽 귀로 들어온 정보가 좌뇌우뇌로 모두 들어간다. 귀로 들어온 소리가 청각신경인 유모세포에서 신경신호로 바뀐 다음 연수와우핵(cochlear nucleus)에 이르면 좌뇌와 우뇌의 상올리브핵으로 가서 하구로 연결된다. 이후 시상내측 슬상핵(medial geniculate of thalamus)으로 보내진 청각정보는 마침내 일차 청각 피질(primary auditory cortex)과 그 주변부인 이차 청각 피질(secondary auditory cortex)에 도달하게 된다. 일차 청각피질은 소리의 주파수 대역에 따라 반응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파수가 낮은 소리(저음)는 일차 청각피질의 앞쪽과 옆면에서 처리되고, 주파수가 높은 소리(고음)는 피질의 뒤쪽과 중앙에서 처리된다.

1863년 프랑스의 외과의사인 폴 브로카는 대뇌 좌반구의 전두엽이 손상돼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생긴 여덟 가지 사례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그가 발견한 뇌의 언어 중추는 그의 이름을 따 ‘브로카’라고 명명되었다. 브로카는 ‘말하기’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이다. 전두엽의 운동피질에서 입과 입술을 조절하는 영역과 인접해 있어서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말을 알아듣거나 읽을 수는 있지만 말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브로카 실어증’이 나타난다. 1874년 독일의 신경 병리학자인 칼 베르니케는 브로카 영역과는 다른 대뇌 좌반구의 손상에 의해 정상 언어기능에 장애가 생긴 사례를 발표했다. 대뇌의 측두엽 상부 표면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청각 피질 바로 뒤쪽에 위치한다. 베르니케는 ‘알아듣기’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이다. 베르니케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베르니케 실어증’이 나타난다. 얼핏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 내용이 이치에 맞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브로카의 연구 발표 이후, 언어기능에서 좌반구의 역할이 너무 강조되어 좌반구를 언어 반구라고까지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의 연구보고들에 따르면 우반구도 언어처리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말의 어조와 시간을 지각하는 감각은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우반구에 의해 수행된다. 우반구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 추론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이야기의 주제를 추출하는 기능에 관여한다. 좌반구에 비해 우반구는 광범위한 의미 연합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언어의 은유 기법을 이해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왼쪽 뇌에 손상을 입은 경우이고, 음악에 감응하지 못하는 것은 오른쪽 뇌가 손상된 경우이다.

왼쪽 뇌가 손상되어 언어기능을 잃은 사람이라도 대개 노래는 부를 수 있다. 오른쪽 뇌가 손상돼 음악 상실증에 걸린 한 음악 교수는 왼쪽 뇌가 온전하고 지적 능력에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강의를 계속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휘도 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을 들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고, 지휘를 할 때에도 이전처럼 열정에 휩싸이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음악상실증 환자는 ‘볼레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을 작곡한 음악가 모리스 라벨이다. 그는 52세가 되던 해부터 서서히 음악상실증이 나타났고, 5년 뒤에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치면서 베르니케 실어증까지 나타났다. 음악 상실증도 베르니케 실어증도 기억을 훼손시키지는 않으므로 그는 여전히 자신이 예전에 만든 곡을 연주하거나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느끼는 감각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곡을 만들지는 못했다.